'이란 전쟁'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

    • 기자, 다시니 데이비드
    • 기자, BBC 경제 에디터
  • 읽는 시간: 7 분

영국 요크셔의 일반 가정이 사용하는 난방비 폭등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휴교를 결정한 파키스탄의 학교들에 이르기까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경제적 파장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뚜렷하게 체감되고 있다.

경제적 혼란과 타격을 노린 이란의 보복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은 지역과 국가에 따라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위험에 처했는가 하면,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이익을 얻을 만한 국가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피해를 입고 있을까?

승자: 노르웨이, 캐나다, 러시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은 대부분 막대한 부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유에는 '검은 금(black gold)'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또한 유가가 치솟을 때 산유국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소비자들은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일반적인 유가 파동과는 다르다.

중동은 여전히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심장부이며, 호르무즈 해협은 그 심장에서 뻗어나가는 주요 동맥과도 같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우방국들을 정조준하면서, 이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과 사실상의 해협 봉쇄 조치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산유국들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기존에 중동 원유를 수입하던 국가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와 캐나다 같은 국가들이 오히려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는 가스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한편 팀 호지슨 캐나다 에너지부 장관은 캐나다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예측 가능한, 가치 기반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가 실제로 생산량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승자는 러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 러시아산 원유의 인도 수출량은 무려 50%나 급증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3월 말까지 최대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2022년 이후 에너지 관련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미국은 결국 걸프 지역 우방국들을 희생시키면서 러시아에 막대한 반사이익을 안겨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국가들도 있다.

일부 국가들이 석탄 사용량을 크게 늘리면서 석탄 가격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주요 석탄 수출국들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패자: 미국, 영국, 유럽

그렇다면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가 상승할 때 미국이 "막대한 돈을 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석유 생산 기업들은 올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순수한 수혜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일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중동 내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엑손모빌은 카타르의 라스 라판 산업단지에 주요 운영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곳은 이미 3월 초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시설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셰일 생산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도매가 하락세 속에서 생산 설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1인당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중서부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한 난방부터,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의 연료 소비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생활은 화석연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한 뒤 그 수준이 유지될 경우,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러한 취약성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특히 영국의 경우 수입 가스 의존도가 높아 경제 성장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충격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몇 주간의 시장 흐름이 지속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비료나 물류비 등으로 확산되면서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을 약 0.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지난 수년간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서방 국가들은 과거보다 에너지 가격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일부 강화된 상태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유류비와 난방비, 그리고 제조업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의 비용 부담이 중동 사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이번 사태의 파급력은 향후 유가의 흐름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 선택은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정부가 대규모 긴급 금융 지원을 검토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당수 국가의 재정 여건이 이미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채권 시장의 민감한 반응은,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이자 비용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증가시킬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현재 가장 크고 즉각적인 타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동쪽으로 향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던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는 전체 원유의 59%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70%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연료 배급제와 주 4일 근무제 도입, 교육시설 폐쇄 등의 대응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소비국 중에는 치밀한 준비와 외교적 대응을 통해 충격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중국은 이미 수개월치에 달하는 전략 비축유를 확보해 두었으며, 최근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역시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대량 확보하며 현재의 상황을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향후 상황은 이번 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기에 앞서 이러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예측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피해와 파급효과는 개별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위험도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