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리랑' 월드투어 시작…컴백에 담긴 기대와 우려는?

동영상 설명, 영상: 당신이 BTS 월드투어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 Reporting from, 서울
  • 읽는 시간: 10 분

"BTS 2.0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세계 최대 보이그룹의 반열에 오른 BTS의 멤버 제이홉이 다른 여섯 멤버와 나란히 서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1일, 오랜 휴식기를 마치고 제이홉, RM, 슈가, 진, 지민, V, 정국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멤버들이 서울의 가장 역사적인 명소 중 하나인 광화문을 배경으로 설치된 LED 스크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수만 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고, 1800만 명 이상이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이 공연을 생중계로 시청했다. 이번 공연은 다가오는 BTS 월드투어의 예고편이었다. 멤버들은 지난 3년여 동안 군 복무를 하고 솔로 활동을 하며 떨어져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별일 없었던 것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후, 새 앨범 제작 과정을 담은 솔직한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 더 복잡한 이야기가 드러났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멤버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방향과 정체성을 놓고 소속사 하이브와 의견 충돌을 빚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팬덤,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예술적 정체성과 상업적 기대, 그리고 멤버들의 창작욕과 그들을 둘러싼 광범위한 전략 사이에서 BTS와 소속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BTS는 멤버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 소프트 파워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그룹이 된 BTS는 K팝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고 있는 것일까?

컴백 쇼 무대에서 RM은 앉아 있고, V, 슈가, 제이홉, 지민, 진은 서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연은 BTS의 군 복무 이후 첫 완전체 무대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 내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BTS의 새 앨범 '아리랑'이 과연 얼마나 한국적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이름을 가져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거 방탄소년단 시절 BTS를 떠올리게 하는 랩을 전면에 내세운 점을 높이 평가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이 앨범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바로 그 한국적 뿌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른 이들은 타이틀곡 가사가 모두 영어로 돼 있고, 미국 유명 DJ 디플로를 비롯해 호주 작곡가 케빈 파커, 스페인 뮤지션 엘 긴초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유명 프로듀서가 참여한 점을 문제 삼는다. BTS의 오리지널리티를 희생하면서까지 서구 시장을 쫓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팬들의 의견이 그리 갈리지 않는 한편, '비평가들도 이 앨범을 실험적인 전환으로 평가하며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BBC 음악 전문 기자인 마크 새비지는 랩이 주를 이루는 'Hooligan'이 대담하며, 저지 클럽 스타일의 'FYA'는 "매혹적으로 어두운" 곡이라고 평가했다. 앨범 자체가 "진정한 본연의 모습으로의 귀환"이라는 평가다.

'아리랑'과 타이틀곡 '스윔(SWIM)'은 발매 직후 스트리밍 기록을 경신하고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다. 하이브도 공격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BTS 멤버들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공연을 펼치고, GQ에서 인기 있는 한국식 국수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여주며, 지미 팰런의 토크쇼에 출연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비록 RM만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주로 한국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언어는 팬들에게 결코 장벽이 된 적이 없다. 그리고 멤버들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는 또 나밖에 못 해.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승부하는 방식이야"라고 RM은 장난기 넘치는 곡 'Aliens'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랩한다.

이러한 미묘한 긴장감을 뒤로 하고 BTS는 K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향후 1년 동안 5개 대륙에서 총 85회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앞으로의 여정은 BTS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자 균형을 잡아가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Dark & Wild' 시절을 그리워하며

9일 경기 고양에서 시작되는 월드투어 개막 공연은 3일 동안 12만 명 이상의 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은 거의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는 2013년, 당시 최고의 연예 기획사들에 비하면 영향력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에 의해 방탄소년단이 결성됐을 때를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2014년 첫 정규 앨범 'Dark & Wild'로 대표되는 그들의 초기 음악은 강렬한 비트에 맞춘 힙합이 중심이었다. 청년들의 좌절, 압박, 그리고 꿈을 담은 강렬한 한국어 가사는 치열하고 지친 삶을 헤쳐 나가려는 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8월 19일, 한국 서울의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1집 앨범 ‘Dark And Wild’ 쇼케이스에 방탄소년단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14년 발매한 'Dark & Wild'는 강렬한 비트에 맞춘 힙합 음악이 주를 이루며 청년들이 느끼는 희망과 좌절 등을 다루고 있다

멤버들은 항상 자신들의 음악이 그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말해왔다. 이제 대부분 30대가 된 멤버들은 'Normal'에서 지친 어른으로서 명성이 주는 가차 없는 압박감을 노래한다. "잠시만이라도 나를 끄고 싶을 때가 있어."

박희아 대중음악 평론가는 "방탄소년단만큼 음악을 통해 진정성을 그 정도로 강조한 팀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직접 음악을 만들면서, 꾸준히 자신들의 서사를 강조하면서 (이 자리까지) 온 거예요."

LA의 임시 스튜디오에서 'Dark & Wild'가 녹음됐을 당시, 방탄소년단은 떠오르는 신예였고, 고군분투하는 자신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었다. 이번에 역시 LA에서 녹음된 '아리랑' 앨범은 힙합 색채가 짙은 스타일 때문에 필연적으로 비교 대상이 됐다.

일부 청취자들은 유명 프로듀서 및 엔지니어들이 함께 만들어낸 '아리랑'의 세련되고 실험적인 사운드에서 일관성을 발견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앨범이 지나치게 세련돼 'Dark & Wild'로 대표되는 그룹 초기의 거친 열정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이브와 방탄소년단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의 전통과 유산이 강조되면서 오히려 앨범에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아리랑'을 콘셉트로 삼은 것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리랑 샘플이 더 길게 삽입된 초기 버전의 곡을 들은 후, 지민은 "이게 맞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RM은 그룹을 아리랑 등의 역사적 콘셉트와 연결 짓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과 불편함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설득에 밀려 사라진다. 방시혁은 방탄소년단을 만들기 위해 이 일곱 명을 직접 선발한 인물이다.

방 의장은 "여러분이 10년에 한 번 나오는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그리고 한국 가수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분의 타깃(목표)이 점점 더 글로벌 대중이지 한국만이 아니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한다.

2026년 3월 18일 수요일, 한국 서울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고객들이 방탄소년단(BTS)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BTS의 새 앨범 '아리랑'은 발매 직후 각종 차트를 석권하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이브가 BTS를 만들었고, BTS는 그 후 하이브를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은 BTS의 성공을 일종의 외교 수단으로 받아들였으며, BTS는 백악관과 유엔부터 주요 국가 행사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심지어 세계적 대사로서 자주 자리매김해 왔다.

BTS는 음악뿐만 아니라 굿즈, 광고, 끊임없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으며, 이를 통해 하이브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심지어 상장까지 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앨범이 BTS 멤버들보다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나온 갈등이 단지 더 나은 앨범을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논의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박 평론가는 "(BTS 멤버들이) 솔로 앨범으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라면서도 "하지만 팀으로서 일종의 국가적 브랜드가 되다 보니까 거기에서 오는 중압감이 앨범을 만드는 데 너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BTS가 본인들의 색깔을 잃어버렸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양 콘서트에 간다는 한 30대 여성은 "개인적으로 '아리랑'의 전통적 사운드가 사용된 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며, "타이틀곡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Body to Body'를 비롯해 몇몇 앨범 수록곡들은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K팝과 대중문화를 다루는 한 블로거는 이렇게 썼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BTS의 음악적 진화를 존중하지만, 예전에 우리 마음을 위로해 주던 그들만의 독특하고 진심 어린 한국 가사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노르웨이에서 온 50대 팬 메테 알베포스는 "BTS가 더 한국적이면 좋겠다. 너무 서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미'를 향한 메시지

BTS에 있어 진정성과 메시지라는 문제는 팬덤, 즉 '아미'가 그토록 열띤 팬심을 유지해 온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박 평론가는 "새 앨범은 사운드적으로는 정말 완성도가 높지만…'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같은 이전 앨범들에 비해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까 일부 사람들이 아리랑이라는 테마를 활용한 앨범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일 수 있죠."

자기애와 개인적 성장 등을 주제로 한 '러브 유어셀프' 앨범들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팬데믹 기간 중 유엔에서 BTS 멤버들이 전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러시아 출신 유학생 아미 오스트로브스카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BTS의 노래가 "자신을 구해줬다"라고 말했다.

데뷔 초기부터 멤버들은 자주 영상을 찍어 올려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팬들에게 말을 건넸다. 2015년에는 멤버끼리 게임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인기 시리즈 '달려라 방탄'을 시작했다. 많은 팬은 그들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재능 있지만 서툴고 장난기 많은 소년들로 봤고, 마치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됐다.

박 평론가는 당시 방탄소년단이 SNS를 통한 소통에 있어서 "선두 주자" 격이었다고 봤다. 그는 "2010년대 초반 방탄소년단 트위터(현재 'X') 팔로워 수가 1000명이 안 될 때부터 (활동을) 지켜봐 왔다"라며 "그때는 방탄소년단 같은 작은 소속사 출신 아이돌이 정규 방송에 출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타개책으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2023년 6월 17일, 한국 서울에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BTS 페스타’가 열린 가운데, 팬들이 여의도 공원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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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방탄소년단(BTS)의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BTS 페스타 2023' 행사로 서울 여의도 공원에 모인 팬들

팬덤이 커감에 따라 BTS는 전 세계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2019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는 수만 명의 팬들이 한국어로 '영 포에버(Young Forever)'를 합창하자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완전히 영어로 된 싱글이자 중독성 강한 팝송 'Dynamite'와 'Butter'를 발표할 무렵 BTS는 힙합 뿌리에서 벗어나 밝고, 디스코 풍의 음악으로의 전환을 감행한 것으로 보였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K팝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롭 슈워츠 전 빌보드 아시아 특파원은 BTS의 성공 비결에 대해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다"며 "재능, 외모, 홍보…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멤버들이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열풍을 일으키고 수많은 팬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열정적인 팬들이 BTS의 전설과 인기를 계속해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25일 수요일, 인터뷰 중인 뮤지컬 게스트 방탄소년단(BTS)의 정국, V, RM, 진, 제이홉, 슈가, 지민 (왼쪽부터)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BTS는 전 세계적으로 큰 팬덤을 거느리며 K팝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물론 때로는 능력적, 도덕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대중의 시선 아래 평판이 훼손되는 일도 있다.

지난 2월, 그룹의 막내인 정국은 술에 취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평소보다 거친 언사를 이어나가 화제가 됐다. 일부 팬들이 걱정하며 방송을 끝내라고 권하자, 그는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그보다 몇 달 전, RM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재결합과 무대 복귀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놨지만 이틀 후 "많은 분들을 피로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30대 박수빈 씨는 대부분의 열성 팬은 오랜 공백기 후 그들을 완전체로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고 있다. "솔직히 타이틀곡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곡 자체는 좋지만, 좀 더 강렬한 안무랑 한국어 가사가 많이 들어간 곡을 기대했거든요."

"BTS 공연을 본 지 너무 오래됐어요. 콘서트에 간다는 게 설레지만, 아직도 조금 실감이 안 나요."

여러 이야기 속에서도 비평가들이 입 모아 말하는 한 가지는 BTS의 유산이 확고하다는 사실이다. 슈워츠는 "K팝이 이처럼 거대한 세계적 현상이 되기 전부터 K팝을 취재해 왔다"라면서 "그 당시에는 물음표가 있었다. K팝이 정말 거대한 세계적 현상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BTS 덕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BTS가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