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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DMZ...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역은 어떻게 야생 생물의 낙원이 됐나
- 기자, 데이지 스테판스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 읽는 시간: 4 분
야생 생물 보호구역이라고 하면 보통 아마존 열대우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옐로스톤이나 요세미티 같은 국립공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체르노빌의 출입 금지 구역이나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바로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지역들이 생태계의 낙원으로 자리 잡았다. 인간의 거주가 금지된 지역에서 야생 생물이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의도치 않게 우연히 야생 생태계가 복원된 현상은 자연 보호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까.
70여 년간 인간이 없던 곳
1953년, 한반도를 가로질러 길이 248km·폭 4km의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됐고, 남북한 간의 자유로운 왕래는 불가능해졌다.
DMZ에서는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며, 지표면은 지뢰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식물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한국 국립생태연구원에 따르면 DMZ에는 한반도 멸종위기종의 38%를 포함해 야생 생물 6168종이 서식하고 있다.
70년 넘게 인간의 개입이 거의 없었던 이곳에 현재는 검독수리, 산양, 사향노루 등이 살고 있다.
또한 이곳은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고유종 식물들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DMZ의 자연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DMZ포럼'의 이승호 대표는 이곳의 생태환경은 "(6.25 전쟁) 협정으로 의도치 않게 보호"된 채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연이 다시 주인이 된 공간이다. 그 덕에 인간의 발길이 대부분 끊긴 상태로 수많은 동물과 조류들이 이 지역에 보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DMZ에 사는 다양한 생물 가운데 "전 세계를 누비는" 두루미를 포함해 여러 종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연히 야생동물의 낙원이 된 곳은 DMZ만이 아니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재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폭발해 위험한 방사성 핵종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방사능 오염이 퍼져나가며 수십만 명이 떠나갔다.
이후 사고 현장 일대는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도 대부분 지역이 무인 지대다. 이후 이러한 금지 구역은 더욱 확장돼 현재 약 4000㎢에 달한다.
'영국 생태학 및 수문학 센터'에 따르면, 이 지역은 여전히 세계에서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다.
'붉은 숲'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의 짐 스미스 환경과학 교수에 따르면, 유출 사고 직후 생태계에 미친 연쇄적인 영향은 심각했다.
현재 일명 '붉은 숲'으로 불리는 이 일대는 삼림의 나무들이 모두 죽어 "적갈색"으로 변했으며, 서식하던 포유류와 수생 생물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체르노빌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은 빠르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스미스 교수는 "사고 직후 며칠, 몇 주 동안 방사선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이 지역에는 수십 년에 걸쳐 만성적인 저준위 방사선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수준이나, 다른 생물종에게는 다르다.
스미스 교수는 "체르노빌에서는 야생 생물들이 번성하고 있다 … 출입 금지 구역이 사고 이전보다 생태적으로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해졌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원자력) 냉각용 연못을 포함해 이 지역 호수의 어류와 … 수생곤충을 연구한 결과, 오염도가 높은 호수들도 오염되지 않은 호수들만큼이나 수생 생물이 다양하고 풍부했습니다."
포유류 역시 이 출입 금지 구역에서 번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미스 교수는 "오염도가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 포유류 개체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유일하게 차이가 난 것은 늑대 개체 수였는데, 체르노빌 지역의 늑대 개체 수는 인근 자연보호구역보다 7배나 많았습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야생 생물이 오히려 더 번성한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페인 오비에도 대학교 헤르만 오리사올라 동물학과 부교수는 "야생동물에게 소음도, 인공적인 불빛도, 살충제도, 제초제도, 임업이나 농업 활동도 없는, 광대하고 자유로운 대지"라고 표현했다.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은 가장 심각한 핵사고의 영향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스미스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내가 체르노빌을 연구하며 배운 것은 … 우리 인간의 생태계 점유야말로 진정한 피해라는 점"이라면서 오염과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부차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체르노빌은) 생태 복원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강조했다.
오리사올라 교수는 체르노빌을 통해 어떤 유형의 자연보호 전략이 효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자연 보호 구역이나 국립공원 같은 곳을 만들지만, 그런 곳들은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하고 인간의 착취가 만연하기도 해서 자연 보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르노빌은) 정말 환상적인, 놀라운 곳입니다 … 우리가 진정으로 자연을 지키고 싶다면, 대지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줄이고 자연이 자연 그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